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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미스 반 데어 로에 – “Less is More”의 철학

by 몌힌5124 2025. 4. 8.

왜 그의 건축은 단순함 속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가?

미스 반 데어 로에 – “Less is More”의 철학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Barcelona Pavilion, 1929) © Ashley Pomeroy / CC BY 3.0

 

미니멀리즘 건축의 상징건축에서 단순함은 종종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20세기 건축의 거장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는 바로 그 단순함 속에 숨은 질서를 통해 근대 건축의 철학을 정립한 인물입니다.

 

그의 대표적인 문장, “Less is More”는 단지 디자인 원칙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이자 건축의 존재 방식이었습니다. 장식의 제거, 구조의 정직성, 재료 본연의 표현을 통해 그는 기능과 형태의 이상적 균형을 추구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조형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어떻게 인간의 움직임과 시선을 유도하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탐구했습니다. 그에게 있어 건축은 비우는 것이 아닌, 필요한 요소만 남김으로써 오히려 가장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는 예술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생애, 철학, 대표작, 그리고 그의 영향력이 현대 건축에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생애와 철학의 형성

1886년 독일 아헨에서 태어난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원래 석공의 아들로, 장식적인 전통 건축의 세계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그는 곧 장식보다 구조와 공간 자체에 집중하며 건축의 본질을 탐구하는 길을 걷게 됩니다.

 

1920년대 독일의 현대건축운동인 신객관주의(Neue Sachlichkeit)에 참여하면서, 그는 형태와 기능의 일치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이후 바우하우스의 마지막 교장을 맡으며 건축 교육과 철학을 통합하고, 1937년 미국으로 이주해 일리노이 공과대학(IIT)의 학장을 맡으며 미국 모더니즘 건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의 철학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Less is More”: 장식을 배제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간결한 설계
  • 구조적 정직성: 구조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설계
  • 보편성과 질서: 반복과 비례를 통해 만들어지는 공간의 안정감

그는 이 철학을 통해 단지 건축의 외형만이 아닌, 삶의 방식과 사유의 깊이까지 담을 수 있는 공간 언어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Less is More”의 철학적 의미

“Less is More”는 단순히 디자인의 미니멀리즘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건축의 본질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미학이며, 필요 없는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공간이 본연의 기능과 감성을 더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건축을 통해 절제의 미덕과 구조적 질서, 그리고 조용한 기품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건축을 하나의 조각처럼 정제된 형태로 다루며, 재료의 질감과 빛의 흐름을 최대한 살려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의 설계 철학은 시각적 단순함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간의 사용성, 흐름, 경험의 질까지 포함한 총체적 접근이었습니다. 그는 복잡함을 제거함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공간에 더 집중하고,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깊이 있게 만들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이후의 미니멀리즘 건축, 국제주의 양식, 고층건물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표작으로 보는 철학의 구현

  •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Barcelona Pavilion, 1929)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철학이 가장 압축적으로 담긴 대표작입니다. 독일 정부의 의뢰로 스페인 국제박람회에 출품한 이 전시관은 기둥과 벽의 자유로운 배치, 고급 재료의 정제된 사용, 개방적이고 흐르는 공간감이 인상적입니다.

공간이 고요하게 존재하며, 단순함이 주는 존엄성과 명료함이 방문객을 감동시킵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형태보다 경험을 우선시하며, , 재료, 움직임 사이의 조율을 극대화한 점에서 현대 건축가들에게 여전히 영감을 줍니다.


  • 판스워스 하우스 (Farnsworth House, 1951)

자연 속에 떠 있는 듯한 이 유리 주택은 투명성과 경량성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기둥과 슬래브로만 구성된 이 집은 자연과의 경계를 최소화하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이라는 건축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또한 실내 가구와 공간 배치는 모든 요소가 기능적으로 간결하면서도 조화롭도록 설계되었으며, 건축이 자연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이상적인 실현으로 평가받습니다.


  • 시그램 빌딩 (Seagram Building, 1958, 뉴욕, 필립 존슨과 공동 설계)

국제주의 양식 고층 건물의 대표작으로, 황동 마감의 외피, 철제 구조의 노출, 엄격한 비례 체계가 특징입니다.

맨해튼의 고층 건축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미니멀리즘과 기능주의의 융합을 상징하는 건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건물 앞 광장은 뉴욕 도심 속에 도시적 여백을 제공하는 획기적 시도로, 이후 많은 도심 건축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교육자이자 이론가로서의 영향력미스 반 데어 로에는 단순히 설계자에 그치지 않고, 건축 교육과 이론 전개에 큰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바우하우스의 마지막 교장이자, 미국 IIT의 교수로서 수많은 후학에게 모더니즘 건축의 원칙과 철학을 전수했습니다.

 

그는 도면보다는 모형과 공간 개념을 중시했고, 디자인이란 발견된 질서 속에서 최소한의 개입으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습니다. 그의 수업은 많은 현대 건축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미국 건축 교육의 전환점을 이뤘습니다.

 

오늘날에도 그의 철학은 여전히 건축 교육에서 중요한 기준점으로 작용하며, 건축가의 역할이 단지 설계자가 아닌 사유의 전달자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간결함 속에 담긴 깊이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은 언뜻 보기에 단순하지만, 그 안에는 구조적 완성도, 철학적 깊이, 시적 공간감이 농축되어 있습니다. “Less is More”는 단지 장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집중해 가장 강한 감동을 끌어내는 설계 방식입니다.

 

그는 현대 건축이 기능과 구조, 미학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준 건축가입니다. 그의 유산은 오늘날의 건축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으며, 단순함이야말로 가장 정교한 아름다움임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순함은 수많은 요소를 제거한 끝에 남은 잔향이자, 건축의 본질이 사용자와 소통하는 가장 직접적인 언어임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