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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자하 하디드의 건축 철학과 DDP 분석

by 몌힌5124 2025. 3. 25.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시대의 흐름과 문화, 기술, 그리고 디자이너의 철학이 결합한 종합 예술입니다. 현대 건축사에서 이러한 철학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자하 하디드(Zaha Hadid)입니다. 곡선과 유동적인 공간 개념으로 유명한 그녀는 전통적인 건축 규범을 해체하고, 미래적인 조형미를 통해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시했습니다.

 

자하 하디드는 1950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나 런던의 건축협회 학교(AA School of Architecture)에서 건축을 공부했습니다. 그녀는 러시아 구성주의, 해체주의 등 급진적인 건축 사조에 영향을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정된 틀을 벗어난 형태적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곡선과 비정형적인 구조, 유동적인 공간이라는 그녀만의 독창적 언어로 구현되었습니다.

 

또한 자하 하디드는 여성 최초로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인물이자, 디지털 설계 기법을 건축에 도입한 선구자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건축을 넘어 사람, 도시, 시간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서울에 위치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자하 하디드의 철학이 집약된 대표 건축물로, 그녀의 건축 언어가 한국의 도시 맥락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이 글에서는 DDP를 중심으로 자하 하디드의 건축 철학을 살펴보고, 그녀가 어떻게 곡선이라는 언어로 세계 도시를 디자인했는지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자하 하디드 건축 철학 1. 곡선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곡선입니다. 그녀는 직선과 직각 위주의 전통적인 건축 문법에서 벗어나, 마치 자연물처럼 유기적으로 흐르는 곡선을 통해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이러한 곡선은 단순한 형태적 요소가 아니라, 공간을 유동적으로 연결하고 감성적인 체험을 유도하는 수단이었습니다.

 

DDP는 이러한 곡선미가 잘 드러나는 건축물입니다. 직선 하나 없이 유려하게 흐르는 외관은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보이며, 관람객이 공간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하디드가 공간을 정적인 구조물이 아닌, 끊임없이 흐름과 경험이 발생하는 무대로 인식했음을 보여줍니다.

자하 하디드의 건축 철학과 DDP 분석
자하 하디드의 건축 철학과 DDP 분석

 

자하 하디드 건축 철학 2. 디지털 기술과 건축의 융합

자하 하디드는 건축 설계에 컴퓨테이션(디지털 설계 기술)을 적극 도입한 선구자입니다. 그녀는 전통적인 도면 대신, 3D 시뮬레이션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형태를 구현했습니다. 특히 곡면과 유려한 곡선이 강조된 디자인은 기존 건축 방식으로는 실현이 어려웠기 때문에, 첨단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DDP는 이러한 디지털 설계의 정수입니다. 건물 외피는 약 45천여 개의 알루미늄 패널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패널은 형태와 곡률이 모두 다릅니다. 이는 디지털 파라 메트릭 설계 덕분에 가능했고, 정밀한 컴퓨터 연산과 제조 기술이 결합하여야만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자하 하디드는 기술을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건축의 새로운 표현 언어로 활용했습니다. 이는 그녀가 예술가일 뿐 아니라,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혁신가였음을 잘 보여줍니다.

 

자하 하디드 건축 철학 3. 공간과 사람의 상호작용

자하 하디드는 공간을 설계할 때 항상 사용자의 경험을 중심에 두었습니다. 그녀에게 건축이란 단순히 구조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느끼고, 연결되는지를 고민하는 과정이었습니다.

 

DDP는 전시장, 디자인 랩, 회의실, 문화 공간, 광장 등 다양한 기능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부 복도와 계단은 정해진 동선을 따르기보다 곡선을 따라 흐르며, 방문객이 자율적으로 공간을 탐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마치 한 편의 건축적 산책을 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또한, DDP는 낮에는 전시 공간으로, 밤에는 공공 광장으로 활용되며 도시의 생활 리듬에 따라 변형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기능성은 자하 하디드가 단순한 조형미에 그치지 않고, 도시와 사람의 관계를 고려한 설계를 지향했음을 보여줍니다.

 

자하 하디드 건축 철학 4. 지역성과 글로벌 감각의 융합

DDP는 단순히 자하 하디드의 스타일을 서울에 이식한 건축물이 아닙니다. 그녀는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동대문 지역의 역사성과 도시 조직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과거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자리에 건설된 DDP, 서울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입니다.

 

건물 외부에 조성된 넓은 광장은 시민들이 쉬고, 모이며, 문화를 향유하는 열린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내부의 디자인 콘텐츠는 서울의 창조 산업과 연결되며, 이곳은 예술과 기술, 문화가 융합되는 창조적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DDP는 지역성과 세계적 디자인 감각이 조화롭게 결합한, 현대 도시 건축의 모범적인 사례입니다.

 

DDP의 설계가 공개되었을 당시, 한국 건축계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곡선 중심의 낯선 형태에 대한 의문과 기대가 공존했지만, 완공 이후 DDP는 서울을 대표하는 건축물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며, 도시의 새로운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자하 하디드는 곡선이라는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통해 건축의 미래를 열어젖힌 인물입니다. 그녀는 단단한 벽을 부드럽게 만들고, 기술을 통해 공간의 한계를 확장했으며, 건축을 인간의 감각과 감정이 살아 숨 쉬는 유기체로 승화시켰습니다.

 

서울의 중심에 자리한 DDP는 자하 하디드의 철학이 도시와 맥락 속에서 실현된 대표작입니다. 단순한 랜드마크를 넘어서, 사람과 기술, 문화와 도시를 잇는 건축적 다리로 기능하고 있으며, 그녀의 정신은 지금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교감하고 있습니다.

 

자하 하디드가 남긴 건축 언어는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젊은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살아 있는 철학입니다. 파라 메트릭 디자인, 비정형 건축, 사용자 경험 중심 설계 등 그녀가 열었던 길은 현재의 건축 실무와 이론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비록 그녀는 세상을 떠났지만, 곡선으로 쓴 건축 언어는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곡선의 흐름은, 오늘도 서울 동대문 한가운데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